1. 평생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만하며 지낼 줄 알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찬실은 결국 영화PD로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영화 감독이 연출을 하는 일이라면, 영화PD는 기획을 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오즈 야스지로 영화를 좋아하는 찬실에게는 지감독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평생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영화일을 하며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감독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크랭크인 하려던 영화는 엎어지고 찬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됩니다. 당장 돈이 없던 찬실은 산동네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이사를 도와준 후배들이 집이 이상하다고 하지만 찬실은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냐며 공기만 좋다고 합니다.
어느 날 찬실은 여배우인 친한 동생 소피의 집에 방문합니다. 아무도 본인을 찾지 않는다며 당장 돈이 없다고 말하는 찬실에게 소피는 돈을 빌려준다고 했지만 찬실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한다고 말합니다. 마침 청소도우미가 다리가 다쳐 집안이 엉망이었던 소피네 집 청소도우미로 취직합니다. 이 둘의 관계는 일로 만난 사이 이상으로 정말 친한 동생 언니관계로 보였습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사이인 둘의 모습이 정말 찬실이가 복이 많음을 보여줍니다.
돈을 벌려고 소피의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지만 찬실은 영화일을 계속 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는 그렇게 호의적이었던 영화사 대표가 찬실을 해고합니다. 찬실은 그 동안 열심히 영화일에 매진했던 자신의 일에 대해, 자신에 대해 회의를 느낍니다. 본인이 정말 영화일을 좋아하는지 영화를 하고 싶은 건 맞는지 영화를 계속 해야하는지 고민합니다.
2.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홍콩배우 장국영, 주인 할머니 복실의 딸이 좋아했던 장국영이 찬실의 눈에 보입니다. 아비정전에서 흰 흰색 속옷 차림이었던 장국영,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장국영입니다. 본인을 장국영이라고 하는 귀신은 나중에는 찬실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본인 자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진짜 마음을 물어 보는 것, 영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물어보고 대답하는 것들이 우리가 진로와 사랑에 있어서 고민하는 그 시간을 장국영이라는 모습을 통해서 그렇게 연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면서 찬실은 스스로 답을 내립니다.
소피의 프랑스 선생님으로 만난 영은 본인도 사실은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공통점이 있는 둘은 오며 가며 만나다 어느 날 술을 같이 마시며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찬실은 오스 야스지로 감독의 잔잔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좋은 영화지만 그런 영화는 아무일도 안 일어나서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영에게 찬실은 격앙된 말투로 "뭐가 아무일도 안 일어나요 엄마가 죽었는데" "원래 별게 아닌게 가장 소중한거예요"라고 대답합니다. 귀엽게 쏘아붙이는 찬실에게 영은 자신은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참 좋아하는데요 찬실이 "뭐? 노올란?"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자신과 영화 취향은 다르지만 찬실은 영과의 만남을 썸으로 느꼈지만 영에게 찬실은 누나였습니다. 혼자 착각하다 차인 찬실은 잘 지내게 될 거라고 말한 장국영에게 잘 될거라면서요? 라고 쏘아 붙이지만 장국영은 좋은 친구로 지내면 안 되냐고 되 받아 칩니다. 그리고 외로움은 외로움일뿐 사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찬실이 사랑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정리 되고 해답을 얻었을 때 장국영은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3. 하고 싶은 일을 합시다. 대신 애써서 합시다.
집주인 할머니 복실이 한글 배우는 곳에서 시를 써오라고 했다면서 좀 봐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복실 할머니가 쓴 시를 보자 찬실은 눈물을 쏟습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느 날 복실은 할머니는 어떻게 사냐고 물어봅니다. 할머니는 하고 싶은 것 없고 하루하루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고 말합니다. 대신 애써서 한다고 말합니다.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항상 여유롭고 멋있는 것 같습니다.
시나리외를 쓰다 잠든 어느 날 소피가 찬실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영과 찬실의 후배들도 찾아옵니다. 형광등을 사러 가려는 찬실에게 서로 본인이 가겠다고 하는 찬실의 친구들, 인연들이 찬실에게 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갑자기 실직자가 된 찬실은 자신의 평생 꿈이었던 영화일에 대해서 생각했고, 10년 넘게 연애를 안했던 찬실에게 찾아온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들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흔들리고 불확실했던 시간들을 지나 자신만의 해답을 내린 찬실은 더 단단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말입니다.
누구나 살다가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시간을 잘 통과해서 찬실처럼 유쾌하고도 단단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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